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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HOYA, 호야는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다만 빛을 비출 뿐이다
초록바다.../초록바다의 두런두런 ⊙⊙⊙

셈 문화^**)

by 호야의 초록바다 2015. 4. 18.

    

셈 문화(이어령, ‘뜻으로 읽는 한국어 사전’ 중에서)




무엇인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을 때 우리는 흔히 ‘... 셈치고’라는 말을 잘 쓴다.

그래서 도둑맞은 셈치고, 술 마신 셈치고 객쩍은 돈을 쓰는 경우도 있다.

자기 혼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남에게 무엇인가 부탁할 일이 있어도 ‘... 셈치고’ 도와 달라고 말한다.

셈을 한자말로 옮기면 계산이다. 어느 사회에서든 계산은 숫자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늘이거나 줄일 수 없다.

숫자에는 쌀쌀한 바람이 일기 마련이다. 엄청난 규칙과 객관성이 따른다.

그런데 우리의 셈은 거꾸로 냉엄한 계산의 세계를 얼버무리는 데 그 특성이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후한 속담은 찾아보기 힘들다. 객관성보다 주관적인 기분을 중시하는 ‘셈치는’ 사회에서나 일어남직한 발상이다.

파리에 살 때 고추를 산 적이 있다. 저울을 다는데 눈금이 조금 오르니까 고추 한 개를 내려놓는다.

눈금이 조금 처지자 주인은 가위를 들고 나와 고추 한 개를 반으로 잘라 저울눈을 채워 주었다. 반 토막 난 고추를 보면서 나로서는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셈치고’라는 그 불합리한 말에 한숨을 쉬다가도 지나치게 합리 일변도로 치닫는 현대 문명의 빡빡한 풍경을 보면 흘러내릴 것을 알면서도 몇 번씩이나 쌀을 고봉으로 퍼 올리는 한국인의 그 손이 그리워진다.

‘셈 문화’는 비합리주의도 반합리주의도 아닌 ‘초합리주의다.’ 합리주의를 넘어서는 새 문명 무델의 사상이다.

 

 

 

 

주님! "~셈치고"의 달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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