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어린 시절 외갓집을 가면
수도꼭지 대신 펌프가 있었습니다
한 여름날 펌프물은 그 시원함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놀거리가 궁하던 시절
좋은 장난감이 되어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펌프는 펌프질을 빨리 할수록
더 많은 양의 물을 뿜어냈지만
가끔 이 펌프 안에 물이 전혀 없이
말라 있을 때가 있곤합니다
그때마다 미리 받아 놓은 물을
붓고 펌프질을 하면 다시 물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린 날에 그저 물 한 바가지로
알았던 그 물이 자기만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선명하고 예쁜 이름은
바로 마중물이었습니다
펌프에서 물이 안 나올 때
물을 끌어내기 위해
위로부터 붓는 물이 마중물입니다
적당한 양의 물을 먼저 주고
펌프질을 해야만
더 큰 물줄기로돌아오는 것
그렇게 먼저 줘야만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한 서로 자신이 빛나려고 하는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밑거름이 되는 사람을
마중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꼭 필요한게 마중물입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건
그것이 첫걸음일 때 그 시작은
누구나 미약합니다
두려움과 설렘의 감정이
동시에 생깁니다. 이때 적당한
마중물이 있다면 이는 큰 축복이 됩니다
그런데 마중물은 참으로 묘해서
가만히 있는 사람에겐 좀처럼
다가서질 않습니다
마중물은 열린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만 오는 듯 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마중물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 강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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