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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HOYA, 호야는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다만 빛을 비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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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홈런전

by 호야의 초록바다 2023. 7. 14.

나는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장화를 신고 뛰어 다니는 상상을 하며 지내왔다

아마득한 시절 비오는 날에 장화를 신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던 부러움의 여진인가보다

그래서

해마다 여름 장마철이 다가오면 어린애가 떼를 쓰며 보채듯이 장화 노래를 불러댔더니 막내가 사주더라

이렇게 해서 내 생애 첫 장화가 2023년에 탄생했던 것이었다

새벽기도 마치고 교회 문을 나서는 데

빗방울이 떨어지길래 얼른 장화를 꺼내 신고 홈을 향했다 

그런데 등교 길의 아이들을 보니 재다 운동화이고 나 혼자 장화 신고 홈런(Home-Run)했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나만 홈런이다

재네들은 도대체 신발이 몇 켤레이길래 비 오는 날에도 운동화일까

 

 

늘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나에게 처음 운동화가 생겼을 때가 떠오른다

신발이 닳을까봐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 가면 벗어 들고 가다가 누가 보이면 얼른 신곤했었지

내 나이 스물이 넘어서

처음 신어보는 브랜드 운동화 내 몸땡이 보다 더 소중히 다루며

빨아 말린다고 담벼락 위에 놔뒀는데 눈 깜짝한 사이에 누가 집어 가버렸다

서울 물 먹었다는 사람들이 촌놈에게 '서울은 눈 떠도 코베어가는 곳이니 조심하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이것이 서울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 되어 버렸다 

내 몸땡이 보다 귀한 신발인데  나쁜 놈의 ㅅㅋ 

어쨌든지간에

이제는 비오는 날이면 나 혼자라도 장화 신고 유유자적거리며 홈런-처치런(Chruch-Run) 하련다.

 

게나제나 폭우 장마비로 인한 수해가 없어야 할텐데....

 

장마비 내리 날 오후 창밖을 내다보며 긁적긁적......

 

추신: 알아냈다

장화는 취학전 아이들이나 좋아하는 신발이고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샌들은 신을지언정 장화를 신지 않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그럼 나는 몇 살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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