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핑계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봉투 하나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이게 뭐냐?" "온천장에 가셔서 한 이틀 쉬시다가 오시라구요."
"쉬다니? 우리가 뭐 얼마나 고되게 산다고 쉰단 말이냐."
"저이가 석 달에 걸쳐서 조금씩 모은 것으로 마련한 거예요."
시어머니는 시아버지와 함께 다음날 오후 온천장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시어머니가 불쑥 말을 꺼냈다. "녀석두, 기왕 작정한 김에 가족 모두 떠날 수 있도록 준비했으면 얼마나 좋겠수."
남편이 말했다. "우리 둘만 오붓하게 보내라고 기회를 만들어 준 게요."
목적지에 도착해서 들어간 호텔은 대단했다. 준비된 객실은 너무나 화려하고 근사했다.
문 밖에서 슬쩍 들여다보면서, "당신, 저 속에서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글쎄 …, 그럼 어디서 자야 할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급한 목소리로 전화했다. "네 시아버지 병 나셨다. 빨리 와야 할 것 같다."
"네? 알았어요. 서둘러서 갈게요." 아들 내외가 내려온 건 저녁 7시였다.
법석을 떠는 그들을 안심시킨 후 시내에 잠깐 다녀오겠다면서 노부부는 호텔을 나섰다.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에 오른 후 시어머니가 말했다.
"내 평생 오늘 같이 즐거웠던 여행은 처음이에요."
시아버지가 늙은 아내의 손을 잡아주자 시어머니는 손을 빼내지 않았다.
- 낮은 울타리
며느리와 시어머니 간의 아름다운 핑계에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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